제   목 : 법의학차원에서의 아동성폭력 피해자 지원
게시자 : 관리자 jmchae@knu.ac.kr http://formed.knu.ac.kr 등록일 : 2008-02-25 오후 2:01:30 조회 : 5268

 2008년 2월 22일 여성가족부 및 국가청소년위원회 주최  2008 제 2회 아동성폭력추방의 날 기념 심포지움 발표

 

 

 

“법의학차원에서의 아동성폭력피해자 지원”

                

채종민 (경북대의대병원, 법의학과)



아동성폭력 피해자로부터 법의학적 물증(physical evidence)의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성범죄에 있어서 물증확보의 실패는 진술을 수도 없이 반복 요구하게 되어 피해자에게 짜증과 수치심을 유발케 하는 등 2차적인 인권 침해를 가져오고, 특히 아동의 경우 육하원칙에 맞는 진술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법정에서 범행 증명력을 인정받지 못하여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사태로 이어지기 쉽다. 과학적 범죄현장수사 (scientific crime scene investigation)에서 본질적으로 모든 접촉은 서로 간의 미량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 누군가 어떤 물체나 사람과 접촉을 했다면 그 사람의 무엇인가는 그 곳에 남기고, 또한 무엇인가를 묻혀 온다 (When someone comes in contact with another person or place, something of that person is left behind, and something is taken away)라는 "Locard''''s Exchange principle"를 철저히 믿는 신념 아래 범죄 현장과 피해자에서 반드시 존재하는 물증을 확보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법의학적 검사 (Forensic Examination)


성폭력 피해자를 검사와 치료를 할 때 피해자의 건강을 위한 치료와 함께 범죄의 증거 수집을 고려하여야 한다. 검사자는 법정에서의 범죄 사실 입증 책임을 자각하며 관련 분야에 전문가로서 숙련되어 있어야 한다. 법의학적 검사 업무는 의학적 소견에 대한 문서작성, 법정에서 유효한 입증 자료가 될 수 있도록 정확한 증거의 수집, 보관, 이송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chain of custody). 충분한 법의학적 검사를 수행하는 업무는 매우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때로 피해자가 심한 폭행을 당한 경우나 무서워하는 경우 의학적 검사가 매우 어렵게 된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는 인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검사 전 아동에게 검사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어야 하며, 만약 아동이 검사를 거부하면 그 이유를 물어 보아 아이의 공포, 불안을 진정시켜 주어야 한다. 훈련된 검사자가 신속하게 신체검사, 증거수집, 치료, 사진촬영 등을 하여야 한다.



1. 전반적인 검사: 옷과 신발을 비롯하여 모든 소지품을 검사한다. 옷에 부착된 정액, 혈흔, 모발, 음모, 섬유 등을 모든 이물을 찾는다. 의류나 종이에 건조된 정액반은 수년이 지나도 유전자 검출이 가능하다.


[사례 1] 새벽 02시경 가해자(남, 46세)가 피해자의 방에 침입해 자고 있는 피해자(여, 12세)를 강간한 사건이다. 성기 삽입에 대해 피해자는 자고 있는 상태라 확실히 기억을 할 수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법의학적 검사: 처녀막 손상 소견이 있었으며, 피해 당시의 의복 소재를 물으니 세탁하지 않은 상태로 집에 두었다고 하여 즉시 수거하여 가변광원기로 조사하여 정액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확인하였다. 이 후 수사기관을 통하여 피해자의 속옷과 겉옷에서 정액 확인과 함께 가해자의 DNA와 일치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가해자는 범행 사실을 계속 부인하였으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신체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두부의 모발 강제탈락,  경부에 손톱 등에 의한 손상 유무, 눈 결막에 일혈점, 구강의 치아 및 치열 검사, 구강 내 타액, 구강 점막에서 유전자 검체 채취, 팔 다리에 할킨 상처, 멍, 교흔, 열창, 문신, 흉터 등을 검사한다. 손은 저항의 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에 가해자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때가 있다. 손톱 밑에는 가해자의 살점이나 혈액이, 손끝에는 옷의 섬유가 묻어있을 수 있다. 신체의 상체, 가슴, 등, 유방 부위 등에 교흔, 빨기에 의한 손상을 조사하여야 한다.

                   

2. 성기 검사: 외음부에 생체 염색을 하여 손상 검사를 실시하며, 해부학적 변이를 잘 구별하여야 한다. 피해 유형에 따라 처녀막의 손상이 있을 수 있으며, 외음부에서는 표피박탈, 좌열창이나 혈종이 형성될 수 있다. 성기 삽입이 있은 경우에는 질내용물을 채취한다. 도말 표본을 제작하면 성교 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움직이는 정자를 볼 수 있다. 3∼4개의 도말표본을 만들어 건조시킨 후 또 다시 거즈로 충분히 적셔내어 실온에서 건조시킨다. 피해 유형,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 직장 및 항문 주위, 구강 및 입술 주위에서도 이와 같은 검체 채취가 필요하다.


[사례 2] 피해자(여, 11세)는 피해자가 다니던 한자 교습소에서 교습소 선생님(남, 50대)에게 여러 차례의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하였으나, 피해자 진술은 가슴과 외음부를 만졌다. 팬티 안으로 손을 넣어 쓰다듬었다 라고만 하였다. 법의학적 검사: 외음부를 관찰한 결과 처녀막의 손상이 있어 피해자에게 다시 질문을 하여 가해자의 손가락이 피해자의 외음부 삽입이 2~3 차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였다.


[사례 3] 피해자(여, 5세)는 어린이 집에서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가해자(남, 6세)로부터 동 어린이집 차량과 어린이집 내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자신의 팬티 안에 가해자가 손을 넣어 한차례 만졌다고만 진술하였다. 법의학적 검사상 대음순, 소음순에 발적이 있으며, 처녀막 3시 방향에 부분파열과 4시에서 5시 사이에 U자 모양의 부분파열로 인해 우측에 유두상 요철이 있고 전체적으로 질입구가 확대되었다. 법의학검사상 외상흔과 피해자의 진술이 맞지 않아 시간을 두고 반복질문을 하니 추가 사건 (다른 날 어린이집 내 미끄럼틀에서 가해자가 질입구에  좌측 두 번째 손가락을 넣었고 피해 당시 아팠다고 한다. 이와 같은 행동을 가해자가 3회 이상하였다)에 대하여 추가 진술하였다. 진술을 일부 숨긴 이유를 물으니 추가사건이 부끄러워 아무에게도 말하기 싫었다고 한다.


법정에서 전문가의 증언 (Testfying as an Expert Witness)


경험이 부족할 경우 법정에서 증언하는 일은 매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흔히 법정에서 자세한 설명을 하도록 허용되지 않기도 하고, 애매한 답변에 대하여 재차 설명할 기회가 없기도 한다. 흔히 변호사의 반박이나 판사의 의견으로 증언이 중간에 중단되기도 한다. 전문가의 증언이란 판사나 배심원들에게 특정한 증거들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사실을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효과적인 증언을 하기 위하여 편파적이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충분한 지식을 갖고, 과학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법정에서 법조인과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서로 다른 용어의 개념에 대하여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가능성 (possible)이란 용어의 의미가 법정에서와 그 외 일반적인 사회의 통용과는 다르다. 법정에서는 ‘타당성이 있는 과학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만한’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반면에 일반인은 ‘그야말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의 의미로 증언하기 쉽다. 전문가 증언을 반대측 변호사의 질문 방식이나 유도성 질문에 구애 받지 않고 자신의 견해를 원활하게 증언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식과, 기술, 경험, 훈련과 교육이 필요하다.


[사례 4] 피해자(여, 4세)는 미술학원에 다니면서 동 학원의 흰색 차량 운전기사인 가해자(남자, 30대)에게 약 보름간 성폭력을 지속적으로 당했다고 한다. 피해자 진술에 의하면 차량 뒷좌석에서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피해자의 외음부를 만지고, 가해자 본인의 알몸을 노출 한 후 가해자의 성기 만지기를 강요하였다. 그 외 피해자를 OO모텔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피해자의 상의를 벗기고 가해자 본인의 알몸을 노출한 후 피해자의 몸에 가해자의 성기 문지르기를 하고 사정을 1회 한 적이 있으며, 피해자를 OO노래방에서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가해자 본인의 알몸도 노출 후 피해자의 외음부를 만지고 가해자의 성기를 피해자의 외음부에 대고 문지르기를 하고 사정을 1회 하였다고 한다. 이 때 OO노래방의 화장실에서 목욕도 같이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법의학적 검사상 신체의 손상은 없었고, 가해자는 범행사실을 일체 부인하였다. 법정에서 피해자가 지적한 가해자 하복부에 검은 점이 실제로 없는 점, 피해자가 지칭한 모텔 및 노래방 상호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등 사실관계가 불일치하여 피의자 변호사에 의하여 어린 아이(피해자)의 진술이 왜곡되거나 신빙성이 없는 꾸며낸 진술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이에 전문가 증언(법의간호사와 임상심리전문가)을 통하여 아동이 언제, 어디에서 등 육하원칙에 따라 진술할 능력은 부족하지만 성폭행 피해 사실 자체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진술하여 착각할 가능성은 적으며, 가해자를 지목하는 일은 혼돈할 가능성이 없다는 증언으로 공소사실 입증의 신빙성이 인정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성폭력 전담 의료인의 양성이 시급하다.


현재의 우리나라 의과대학이나 간호대학의 일반적인 교육과정만으로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하여 적절한 의료지원과 함께 법의학적 증거확보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를 진료한 소견과 증거물에 대하며 전문가로서 법정에서 유효한 범행 입증을 위한 전문가 증언의 능력 또한 떨어진다. 우리나라도 특히 아동성폭력 피해자로부터 법의학적 증거를 확보하여 법정에서 탁월한 전문가 증언을 할 수 있는 성폭력을 전담하는 전문의료인력 (forensic examiner, 성폭력전담의사 또는 법의간호사 (forensic nurse)) 양성의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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