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re]수면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깊은 혼수상태에서 사경을 헤메고 있는 것입니다.
게시자 : 관리자   등록일 : 2004-01-15 오후 8:31:08 조회 : 17247

 

<이승준씨 질문>

"술에 취해 아파트에서 굴러 사망한 사례" 에서 변사자의 부인이 오전 8시경에 변사자가 코를 골며 자고있는것을 확인했다고 나와있거든요..
그래서 궁금한데요.. 두개골이 사진처럼 심하게 골절된 상태에서도 사람이 코를 골며 수면을 취할 수 있다는게 가능한 일인지요?

외상이 경미하고 내부 손상이 심한 경우 그것을 미리 짐작하고 조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승준 씨 귀하

오랜만에 찾아 주셔서 그리고, 또 중요한 질문을 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술에 취해 ...아파트 계단에 굴러 떨어져 사망한 사건"에서 새벽에 계단에 쓰려져 있는 사람을 발견하여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적어도 깨워서 의식 상태를 확인하는 일), 아파트 경비원이 환자를 업어서 자가에 데려다가 거실에 누워 두었습니다.

일반인은 코를 골며 수면을 취하고 있는 줄로 착각하였지만...
이는 두부에 외상을 받고 깊은 혼수 상태에서 죽음의 길로 가고 있는 상황이였습니다.

술에 만취한 경우 의식을 점검할 수 없어 매우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가 있습니다. 길에서 쓰러져 있는 사람이 술에 취해 있을 때 파출소에 데려다가 술이 깰 때까지 누워 둔다고 모셔 두었는데 몇 시간 후 사망해 버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역시 실제는 고혈압으로 뇌출혈이 일어났다거나 아니면 외상으로 두개강 내에 출혈이 일어난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
두부에 외상을 받고 두개강 내에 비교적 많지 않는 출혈이 일어나도 매우 위험합니다. 왜 위험할까요?

뇌는 우리 몸을 움직이고, 심장과 호흡의 생명을 유지하도록 조절하면서,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고, 기억하는 등 정신 작용을 하는 장기입니다. 매우 중요한 장기이죠. 뇌조직은 매우 연한 조직으로 만져서 힘을 가하면 쉽게 부셔질 수 있는 장기입니다.

중요한 뇌을 보호하기 위하여 매우 단단한 두개골로 둘러싸서 보호를 합니다. 그리고 뇌조직 주위에는 뇌척수액이라는 액체 층이 있어서 뇌와 척수 주위를 적셔주며 뇌 안에는 뇌실이라는 방이 있어 척수액이 만들어지고 순환하게 됩니다. 뇌는 뇌척수액에 떠 있으므로서 1400 그램이라는 큰 무게에도 불구하고 약 50 그램 정도의 무게로 밖에 작용하지 않습니다.  뇌척수액은 뇌를 보호하는 역할 뿐 아니라 뇌의 대사물질을 전달하는 역할도 합니다.  

비유를 들면 밀폐된 단단한 항아리에 물이 들어 있고, 두부가 둥둥 떠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항아리 내로 새로운 붉은 색의 물을 주입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압력이 어디로 갈 데가 없기 때문에 연한 두부를 압박하게 될 것입니다.

두개강 내의 출혈은 이와 같이 두개강 내의 압력 (뇌압이라고 합니다)을 올리게 되어 뇌조직을 압박하고 결국에는 뇌조직이 척수로 내려가는 작은 구멍으로 뇌조직을 밀어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호흡을 관장하는 호흡중추가 압박을 받아 괴사되어 사람이 죽게 됩니다.

사람이 두부에 충격을 당하여 두개강 내의 출혈이 일어나는 상황을 순서대로 설명하면, 처음 머리 부분에 심한 충격을 받으면 일시적으로 정신을 잃어버리는 뇌진탕이 일어납니다. 대개 뇌진탕은 수분 후 회복하여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그 후 점차 두개강 내에 출혈이 계속 일어나 두개강 내에 출혈된 혈액이 고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뇌압이 점차 높아지기 시작하겠죠. 뇌압이 높으면, 두통과 눈 안에 시신경유두부종이 일어나고, 구토를 일으키는 3 가지 중요한 증상을 일으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뇌조직이 심한 압박을 받아 뇌기능이 저화되어 다시 정신을 잃고 점차 혼수 상태가 깊어져 사망하게 됩니다.

따라서 두개강 내의 출혈에 대한 수술은 빠른 시간 내에 두개골을 열고, 출혈이 일어난 응고혈을 제거함으로서 두개강 내의 압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목적입니다.

두부에 외상을 받은 환자는 뇌진탕에 의한 의식 소실에서 일단 회복되었다가 다시 의식을 잃는데 의식이 회복되는 시기를 명료 간격 (lucid interval)이라고 합니다. 이 명료 간격 때문에 흔히 환자가 괜찮은 줄 알고 병원에 가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여 사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 질문의 내용 중 두부에 외상을 받은 경우 어떻게 대처하여야 할까요?

의식을 잃을 정도의 충격을 받은 경우는 반드시 병원에 가서 뇌단층 촬영 (머리 부분에 컴퓨터 촬영)으로 두개강 내의 출혈의 유무를 확인하여야 안전합니다. 경미한 충격이였다고 판단하는 경우라도 환자의 증상을 잘 지켜보아서 이상 (두통이 점차 진행하며 심하여 진다거나, 구토가 일어난다거나 시력에 이상이 있는 경우와 의식의 장애가 있는 경우)이 있으면 즉시 병원으로 후송하여야 합니다. 이 때 술에 몹시 취한 경우, 두통과 구토가 술 때문이라고 간과하기 쉬우며, 또 의식 장애 (단순히 정신이 혼미하다가 혼수에 빠지는 것 이 외에도 헛소리를 하거나,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등 정신 장애도 일으킵니다)를 단순히 술에 취한 줄 알고 방치하면 위험해지게 됩니다.

코를 골며....
의식이 혼수 상태일 때 우리 몸의 조건 반사 기능도 저화됩니다. 입안과 목에 분비물을 적절히 배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심한 코을 고는 듯이 보이게 됩니다. 이번 사례와 같은 경우 평소에 코를 많이 골지 않는 사람이 심한 코를 골며 수면을 취하면.....
더욱 더 위험한 사경을 헤메고 있는 것입니다.

이승준 씨, 그리고 저희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는 진실과 정의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

저희 법의학교실에서 여러 사건 사례를 보고드리는 것은 일반인에게 범죄와 사고에 대한 경각심과 그 대처 방안에 대한 홍보가 목적입니다. 위 사실을 널리 알려 주시고, 범죄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다같이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감사 드립니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채종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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